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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에너지전환이야기] 5. 신고리5·6호기 매몰비용, 이렇게 하면 된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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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에너지전환이야기] 5. 신고리5·6호기 매몰비용, 이렇게 하면 된다

창아 2017.11.29 22:33

[김해창 교수의 에너지전환이야기] 5. 신고리5·6호기 매몰비용, 이렇게 하면 된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8-23 18:34:06
신고리5·6호기 백지화 공론화와 더불어 공사 잠정중단에 따른 매몰비용을 두고 논란이 크게 일고 있다. 공사비와 보상비만 2조6000억 원. 여기에 소송비 등을 합쳐 원전업계는 4조 원 정도로 추산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지 활용 여부와 실제 소송 제기 가능성 여부 나아가 폐로비용 2조 원 등만 고려해도 신고리5·6호기 매몰비용 논의를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이 문제를 정확히 보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입장에서 고민을 해보아야 할 것 같다. 첫째, 매몰비용이란 무엇인가? 둘째, 현재 원자력업계가 주장하는 매몰비용이 얼마나 정확한가? 셋째, 업계 입장에서 주장하는 매몰비용과 주권자이자 소비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매몰비용과 기회비용의 차이는 무엇인가? 넷째, 매몰비용처리에 대한 법적 근거와 부담주체는? 다섯째, 매몰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현 상태에서 시설·부지를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은 없을까? 하는 것으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신고리 5, 6호기 공사 현장. 국제신문DB


첫째, 매몰비용이란 무엇인가? 경제학적 또는 사전적 용어로 매몰비용(sunk cost)이란 ‘사업이나 활동에 투하한 자본·노동력 중 사업이나 행위의 철회·축소·중단을 해도 회복할 수 없는 돈과 시간과 같은 비용’을 말한다. 그런데 여기에 ‘매몰비용의 오류’가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매몰비용을 고려한 결과 불합리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가령 ‘보다 보니 생각보다 시시한 영화를 계속 관람해야 하나?’하는 문제와 ‘불안하고 비경제적이고, 국민 수용성도 낮은 원전을 계속 건설해 60년간이나 가동하는 것을 허용해야 하나?’라고 하는 문제를 연결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랜만에 여친, 남친과 데이트를 하면서 2시간짜리 영화티켓을 8000원에 구입해 영화를 보고 있는데 10분이 지나자 영화가 재미없다고 느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왕 돈을 들였으니 그냥 볼 것인가? 아니면 대안을 찾을 것인가? 여기서 매몰비용은 각각 8000원이라는 티켓값과 10분이라는 시간이다. 반면에 매몰비용을 부담한 뒤 남은 시간 1시간50분을 더 멋지게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고리5·6호기’로 보면 현재 1조6000억 원의 비용을 포기하고, 앞으로 60년간 일어날 새로운 에너지전환에 대한 기회를 갖는 일이다.

이처럼 매몰비용은 개인의 주식투자, 기업의 신규 프로젝트, 정부의 대형 공공사업 등 다양한 경제활동을 계속할지, 아니면 중단할 것인지를 판단할 때 흔히 거론된다. 원래 매몰비용은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므로 미래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인간은 투자금액이 클수록 본전을 되찾으려는 심리가 작동하고 경제행위를 중지할 수 없는 경향이 있다. 가령 영국·프랑스 정부가 공동 추진한 초음속여객기 ‘콩코드’ 개발계획은 장기적으로 적자나 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미 투자한 금액이 10조 원에 이르는 거액이라는 이유로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가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 결국 실패한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이를 ‘콩고드의 오류(Concord fallacy)’ 또는 ‘매몰비용의 저주’라고 한다. 신고리5·6호기 건설중단과 관련해서는 합리적인 판단을 위해서는 매몰비용에 너무 매몰돼선 장기적으로 오히려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는 것이 경제학의 보편적인 인식이다.

둘째, 현재 추정하는 매몰비용이 얼마나 정확한가하는 것이다. 7월 3일 한국수력원자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신고리5·6호기의 사업비는 총 8조6000억 원인데 이중 설계와 건설로 계약이 완료된 금액은 4조9000억 원으로 현재까지 1조6000억 원이 집행됐다는 것이다. 매몰비용은 정부가 집행한 1조6000억 원에 공사중단에 따른 보상비 1조 원이 추가돼 총 2조6000억 원으로 보고 있다. 만약 신고리5·6호기 건설에 참여한 업체들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경우 이자비용을 비롯해 총 4조 원이 들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추산이다. 한수원은 ‘공론화위원회 발족 시점부터 3개월간’의 공사중단으로 인해 들어가는 각종 비용 약 1000억 원도 매몰비용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원전을 유치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보상금 등을 고려하면 피해액이 최대 12조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매몰비용과 다른 지자체 차원의 기대이익이 포함된 개념이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공정률이 낮은 신고리5·6호기가 공론화과정에서 건설하는 것으로 결정되면 총 30기의 원전사후처리비용은 77조2958억 원으로 28기(70조9455억 원)때보다 약 6조3503억 원이 더 들어간다고 밝혔다. 신고리 5·6호기 총사업비와는 별도로 추가비용만 6조 원이 넘는 셈이라는 것이다(이투데이, 2017.8.2).

그러면 신고리5·6호기를 계속 건설해 60년간 가동할 때 국민 입장에서 부담해야 할 비용에 대해 알아보자. 신고리5·6호기백지화울산시민운동본부가 8월 11일 밝힌 자료에서는 무려 61조9천억 원을 부담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고리5·6호기백지화울산시민운동본부가 밝힌 신고리5·6호기 건설 운영시 들어가야 할 비용 추산.


우선 핵폐기물 관리비용이 2조7123억 원에 이른다. 이는 산업부가 추산한 신고리5·6호기의 호기당 사용후핵연료 발생량 연간 66.67다발과 연간 중·저준위 방사성방폐물 발생량 100드럼 처리비용에 설계수명 60년을 곱하면 폐기물처리비용만 약 2조7000억 원이 나오는데 향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이보다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고리5·6호기를 중단할 경우 2조7000억 원의 처리비용이 필요 없다. 참고로 최근 산자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영구중단(1기), 운영중(24기), 그리고 건설중(5기), 건설계획중(6기) 총 원전 36기의 사용후핵연료관리에 필요한 사업비만 64조13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사고대응비용으로 국회예산정책처가 2014년 발표한 ‘원자력발전 비용의 쟁점과 과제’에서 제2차 에너지 기본계획 민관합동워킹그룹이 후쿠시마와 스리마일섬, 체르노빌 사고비용의 평균으로 제시한 국내 원전사고 대응비용이 58조 원이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2013년 원전 발전단가시산(한겨레, 2013.11.12)에서 당시 kWh당 발전단가가 원전, 석탄, 가스가 각각 47.9원, 62.4원, 119.6원이지만 사고위험비용 12.3~59.8원, 세금 및 대기오염비용 19.1원, 지중화비용 16.2원 등 사회·환경적 비용을 추가로 포함할 경우 원전이 95~143원, 석탄이 88~102원, LNG가 92~121원으로 가격 역전이 벌어진다고 밝혔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가 2013년 11월 발표한 ‘발전설비별 원가 재산정 시나리오’. 출처: 한겨레신문


원전사고위험비용에 대해 59.8원은 우리나라 원전 반경 30km 내에 340만 명이 산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며, 한전 쪽에서도 이 비용을 21.7원 정도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일본정부가 후쿠시마원전사고비용을 110조 원에서 220조 원으로 배나 높게 잡은 점에서 실제비용은 더 높게 반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 신고리5·6호기를 폐로할 경우 폐로비용이 한수원, IAEA 추정치로 적어도 1조2000억~2조 원이 든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가동 60년과 폐로 20~40년 등 무려 100년에 이르는 원전입지 지역주민의 사고 우려와 관련한 정신적 피해비용은 제외돼 있다. 이렇게 볼 때 건설·운영·폐로에 이르는데 약 1세기가 걸리는 신고리5·6호기를 건설할 때 적어도 이러한 비용편익분석이 한번이라도 됐던가? 박근혜 정부가 제대로 된 정부였다면 우리국민들에게 이런 걸 공론화를 통해 물어봤어야 하지 않을까? 2~3년짜리 통신사 약정조차 꺼려하는 요즘 세대 사람들에게 향후 1백년간 어찌 할 수 없는 ‘옵션’을 어떻게 강제할 수 있는가?

셋째, 소위 매몰비용과 관련한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것이다. ‘에너지전환 이야기 4’에서 밝혔듯이 지난해 6월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신고리5·6호기 건설허가가 나기 전에 이미 한수원이 사전에 공사를 시작해 종합공정률이 18.8%였다는 것이다. 건설허가가 나기 전 이미 전체 사업비 8조6254억의 절반을 넘는 4조6562억원을 계약발주했으며, 현재 매몰비용 운운하는 약 1조6천억원이 집행됐다고 한수원이 스스로 밝히고 있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는 거의 완공단계에서 사회적 환경의 변화로 6조 원 이상의 비용이 든 원전을 그대로 중단한 사례도 적지 않다. 미국 뉴욕인근 롱아일랜드주 쇼어햄(Shoreham)원전은 1973년 건설해 1984년 60억 달라(약 6조원)을 들어 완공했으나 인근 주민 10여만 명이 사고발생시 방재 및 피난계획을 내놓으라며 군의회가 가동반대에 나서자 원전회사는 1986년 체르노빌원전사고 이후 1989년 가동을 포기하고 단돈 1달러에 주정부에 원전을 넘겼다. 매몰비용을 고스란히 원전운영회사가 진 것이다. 그리고 이웃 대만은 2016년 완공을 목표로 1999년에 건설해 2014년 현재 98%의 공정률을 보이며 약 11조3000억 원이 투입된 타이페이 인근의 제4원전 원전 2기를 원전 반대 국민여론에 의해 공사를 중지했고, 2016년 탈원전을 내걸고 대권에서 승리한 차이잉윈 총통이 전격 중단을 선었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 4월부터 2017년 5월 말까지 신고리5·6호기 건설비용 약 1조6000억 원을 집행했는데 이는 원자로설비(7000억 원), 시공(3000억 원), 터빈발전기(1500억 원) 등에 비용을 투입한 것이다. 2017년 5월 말 기준 종합공정률은 28.8%인데 그중 원자로설비 54.2%, 터빈발전기 44.4%, 주설비 4.6% 등으로 주기기 제작은 높은 공정율을 보이지만, 주설비 공사는 건설 초기 단계로 실제 건설공정률은 9%이고 이중 주설비시공은 4.6%이다. 즉 건설 현장에 콘크리트가 타설돼 지표면 아래에서 구조물이 올라가고 있는 상태로 정말 건설초기단계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난 7월 감사원에 국민 공익감사를 청구해놓은 바에 따라 감사원이 적극 감사에 나서고 또한 허가 전 사전공사에 관해 현재 매몰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을 묻고 이와 관련해 있을 수 있는 원전비리를 밝혀내는 일 또한 중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점에서 우선 매몰비용은 한수원이 건설허가 전에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한 ‘자기 고유 리스크’ 책임이 있는 만큼 1차 부담을 해야 할 주체는 한수원이라는 사실이다. 한수원은 2016년 한해 매출액 11조2771억 원, 영업이익 3조8472억 원을 기록한 만큼 1조6000억 원 정도의 매몰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공기업이 아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하거나 에너지전환관련 별도기금이나 전기요금에 점진적 반영하는 방법으로 매몰비용은 만회하면 될 것이다.

매몰비용액수가 정확히 나오면 신고리원자력5·6호기 주설비공사 도급계약서에 따라 한수원은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한화건설 등과 ‘사정변경에 의한 계약 해제 및 해지 절차’에 들어가면 된다.



   
신고리5·6호기 주설비공사 도급계약서. 더불어민주당 원전특위 자료.


도급계약서 제37조와 제52조는 ‘전기사업법에 의한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변경을 포함한 기타 계약당사자의 통제법위를 초월하는 사태의 발생으로 인해 한수원이 불가피하게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따라서 매몰비용과 관련해 건설회사가 소송을 할 실익이 없다고 본다.

또 하나의 방법은 매몰비용이란 그야말로 ‘땅에 묻힌 비용’이란 말인데 신고리5·6호기의 경우 계약 이후 들어간 비용을 원전 안전시설이나 장치설비로 전환할 수도 있는 방법도 있다. 현재 발주해놓은 원자로설비와 터빈발전기 등 주기기는 한국형 원전(APR-1400)이어서 동일한 원전의 예비품이나 수출 시(UAE 바카라원전 4기)에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활용 전례도 있다. 과거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사업 때 2000년 한국전력이 북한 신포에 100만kW 경수로형 원자로건설사업에 참여했는데 북한의 핵개발로 2006년 사업이 취소된 뒤 발주해놓았던 원전의 핵심설비인 증기발생기를 2011년 한수원이 246억 원에 인수해 2014년 울진 3·4호기 증기발생기 교체에 사용한 사실이 있다. 현재 국내엔 신고리5·6호기와 동일한 노형의 원전으로 신고리4호기(공정률 99%), 신한울1·2호기(공정률 95%)가 있다는 점에서 ‘매몰비용’은 상당히 줄일 수가 있다. 계약발주한 것이 모두 매몰비용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 규슈지역 겐카이원전의 에너지파크(사진 오른쪽 위아래)과 기타큐슈의 에코타운센터(사진 오른쪽 위아래).


그리고 또하나 정말 발상을 바꾸면 신고리5·6호기에 버금가는 공사를 하면서 지역경제를 동시에 살리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것은 현재 육상 190만㎡(약 57만 평), 해상 66만㎡(약 20만 평)의 신고리5·6호기 부지에다 대규모 ‘원자력·재생에너지타운’ 또는 ‘에너지파크’를 조성하는 것이다. 우선 터파기 수준의 공사현장을 그대로 살리면서 외형은 완벽한 신고리5·6호기를 만들되 그것을 ‘원자력안전체험박물관’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넓은 부지에 지역주민과 협의해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파크를 만들고, 해상부지엔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한편 원전입지 지역인 울주군과 기장군 일대를 ‘에너지교육특구’로 지정해 우리 국민들이 근대산업유산으로서의 원전과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교육·홍보·관광이 가능하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이곳은 또한 한전이나 한수원 차원에서도 안전 및 기술교육장으로 활용하기에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사는 무엇보다 원전입지 지역 건설업체에 참여기회를 많이 줘서 지역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되도록 하면 될 것이다.

끝으로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세계 평균 kWh당 발전단가가 2014년에 석탄 60년, 원자력 120원, 태양광 180원, 풍력 90원이던 것이 불과 3년 뒤인 2020년에는 석탄 70원, 원자력 130원, 태양광 80원, 풍력 70원으로 태양광발전 단가가 원자력보다 더 싸지는 제너레이션 패리티(generation parity)가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5년엔 태양광발전단가가 60원까지 내려간다고 한다(전자신문, 2016.11.8). 과연 우리 정부는, 또한 우리 국민은 무엇을 기준으로, 누구를 위한 에너지정책을 추진해야 할까? 사양산업인 원전업계의 이익 보장이 중요한가? 주권자이자 소비자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중요한가? 에너지전환의 시대에 과거에 매몰될 것인가? 아니면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대한민국이, 우리 국민이 서 있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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