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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에너지전환 이야기] 7. 현 기준이라면 수도권에도 원전 지을 수 있는데 왜 없을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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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에너지전환 이야기] 7. 현 기준이라면 수도권에도 원전 지을 수 있는데 왜 없을까?

창아 2017.11.29 22:37

[김해창 교수의 에너지전환 이야기] 7. 현 기준이라면 수도권에도 원전 지을 수 있는데 왜 없을까?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9-03 14:23:39
원전의 입지조건은 크게 원자로를 냉각시킬 수 있는 냉각수를 공급할 수 있는 강이나 바다가 가까이 있어야 하고, 그리고는 주변에 인구가 적은 곳을 택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원자로입지 심사지침’은 ‘혹 일어날 지도 모르는 최악의 사고(중대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대도시 인근은 피하도록 하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 원전 건설이 가능한 곳은 ‘저인구지대(Low Population Zone)’이라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으며 피난계획 수립이 원전건설의 전제조건이 되고 있다. 실제로 뉴욕 외곽의 롱아일랜드지역에 1984년 건설된 쇼어햄(Shoreham)원전의 경우 지역 의회에서 ‘원전사고 시 주민 전원이 안전하게 피난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남에 따라 10년에 걸쳐 60억 달러(약 6조 원)를 투자한 원전회사가 1989년 단돈 1달러에 원전을 주정부에 매각한 한 뒤 폐로 절차에 들어간 사례도 있다.

일본의 ‘원자로 입지 심사기준’에 따르면 첫째, 원자로 주위는 원자로에서 ‘일정 거리’ 범위 내는 비거주구역일 것, 둘째, 원자로에서 일정거리 범위 내로 비거주구역의 바깥지대는 저인구지대일 것, 셋째, 원자로부지는 인구밀집지대에서 일정 거리만큼 떨어져 있을 것이 그것이다. 여기서 ‘일정거리’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거리를 말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는 ‘가상사고의 경우 전신선량의 적산값이 집단선량의 견지에서 충분히 받아들여지는 정도보다 작은 양이 되는 거리를 말한다’고 지침에는 나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상사고’가 후쿠시마원전사고와 같은 사고등급 7의 중대사고를 포함하는지도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쇼어햄원전이 주정부에 1달러에 매각됐다는 내용을 전하는 일본 신문.

 

그런데 우리나라는 초기에 원전이 지어질 때 1970년 대말이나 80년대 중반까지 주로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군사독재 권위주의적 정부시대에 건설허가가 났고, 지역주민의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현재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전은 당시엔 경남 양산군에 속해 있었다. 지금의 부산시와는 위상 자체도 달랐다. 그러나 보니 중앙정부 차원에서 오로지 냉각수공급이나 부지여건 등만 보고 지어졌다. 당시 세계적으로 원전의 위험성을 모를 때여서 대체로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이 5~10km 정도만 잡다보니 그다지 인구가 많지 않았는데 실제로 체르노빌 이후 원전사고가 나면서 지금은 반경 30km은 모두 대피해야 할 정도로 피해예상 범위가 확장됐다. 따라서 과거엔 원전 반경 5km이내의 기장군 정도(약 5만 명)까지만 안전대책을 생각했는데 지금은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세계적으로 일반화되고 있는 원전 반경 30km로 잡으면 부산시 전역(약 320만 명)(경남, 울산지역을 포함하면 약 380만 명)이 똑같이 위험지역에 들어가 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부산시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원전 반경 20km 이내 정도로만 잡아 환경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핵발전소의 위험성을 무시하고 고리 일대에 원전을 계속 지어왔다. 1978년 고리1호기(2017년 영구정지), 83년 고리2호기, 85년 고리3호기, 86년 고리4호기, 신고리1호기 2011년, 신고리2호기 2012년, 신고리3호기, 2016년 신고리3호기가 상업운전을 하고 있고, 신고리4호기가 가짜 케이블문제로 완공상태이지만 가동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지난해 6월 신고리5·6호기 건설허가가 ‘위법·졸속으로’ 난 것이다. 이런 식으로 그대로 간다면 앞으로 부산 울산 고리 일대에 10개 가까운 원전이 가동되게 되고 세계 최다 최고밀집지역의 ‘핵단지’가 영구화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현재 동남부권이라 할 수 있는 경주 월성 및 신월성의 6기를 포함하면 우리나라 원전의 절반이 부산 울산 경주일대에 모여 있게 되는 것이다.
 

오마이뉴스(2012.4.26)에 따르면 그린피스가 후쿠시마 제1원전보다 고리원전 일대가 사고 발생 위험성이 더 높다 발표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인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가 큰 규모로 가깝게 붙어있다는 사실이다. 둘째, 건설중인 원전까지 합치면 12개의 원전이 한 지역에 밀집되게 되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밀집도로 발전소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위험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것이다. 셋째, 고리원전의 방사능 방재계획과 원자력 발전소 비상구역 권고 기준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사고발생 시 예방적 보호조치구역은 3~5km, 긴급보호조치 계획구역은 5~30km, 음식제한계획구역은 300km로 설정했는데, 고리원전 30km 안에는 341만명이 거주하여 파키스탄과 대만에 이어 인구밀집도에서 세계 3위이라는 것이다.

고리원전이 있는 부산시민들 중에는 “그렇게 원전이 안전하다고 한다면 청와대나 국회의사당 인근이나 수도권에 건설하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실제로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핵발전소를 짓는 것은 ‘대도시 인구 밀집지역은 피해야 한다’는 원전 입지 선정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시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대도시 인구 밀집지역 회피 원칙’이 오로지 수도권에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 고리원전 1호기 정전사고 은폐사건으로 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던 2012년 4월 5일 부산시청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김종신 당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현재 수뢰혐의로 복역 중)은 부산시청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앞으로는 원전을 수도권에 건설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하는 질문에 “수도권은 인구밀집지역이어서 원전입지로 적합하지 않다”라는 말을 내뱉었다. 다음 날 부산일보의 사설(2012.4.6)이 ‘부산 울산시민 무시한 한수원 사장의 망언’이다. 내용은 이러하다.

‘한수원 김종신 사장이 수도권은 인구밀집지역이라서 원전 조성이 곤란하다는 망언을 했다. 원전 운영을 책임지는 공기업 수장이라는 사람이 이 같은 상식 밖의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는 원전이 입지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지형, 풍부한 냉각수 확보와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면서, 기본적으로 수도권에는 인구가 많아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후쿠시마사고 전까지 프랑스 58기, 독일 17기의 원전이 내륙에 지어졌다. 심지어 한수원 관계자마저 한강에도 원전을 지을 수 있다는 말을 했을 정도다. (중략). 한수원의 인식은 정부와도 궤를 같이한다.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1주기를 맞아 원전 1기도 없는 서울·경기지역에만 17기의 자동방사선감시기를 추가 설치키로 했다. 하지만 정작 오는 2025년까지 원전 12기가 들어서 대규모 핵 밀집단지가 될 부산과 울산 경남에는 모두 8기를 증설하겠다고 했다. (중략). 정부와 한수원의 인식이 이렇게 지역을 차별하는 것이라면 더 강력한 저항이 일어날 것이다. 당장 고리원전 1호기를 폐쇄하라. 그 다음에는 신고리 5, 6, 7, 8호기 증설 계획 역시 철회해야 마땅하다. “기왕 지어놓은 거 한 기 더 짓자”라는 편법에 시민들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차라리 정부 청사 인근에 지으라. 그렇다면 원전 안전성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지역 여론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2016년 11월 2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신고리 5·6호기 건설 시민 대토론회’에서 탈핵부산시민연대 회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원전업계의 인식은 지난해 11월 24일 부산에서 열린 ‘신고리 5·6호기 시민 대토론회’ 말미에 던진 질문과 답변에서도 똑같이 나왔다. 신고리 5·6호기 건설로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원전 10기 밀집단지가 될 부·울·경 지역의 민심이 들끓고 있는데, 한강변에 원전을 짓는 게 과연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냐는 게 질문의 요지였다. “서울 한강변에 원전을 지으면 안 됩니까? 지진 위험이 있는 활성단층도 없고, 송전 선로도 짧아서 원전 입지로 더 낫지 않습니까?”. 이에 대해 이종호 한국수력원자력㈜ 기술본부장이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답하자 행사장이 시끄러워졌다. 수도권에 원전을 짓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다수 호기 안전성 평가도 없이 원전 밀집의 위험을 부·울·경 지역에만 떠안겨서는 안 된다는 반발이었다. 이어 이 본부장은 “서울에 원전을 짓고 주변에 사람을 없애느냐, 부산에 (현재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데 발전소를 짓느냐 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탈핵단체는 “한강에 원전을 짓는 것이 가능하다면, 왜 반경 30㎞ 안에 340만 명의 인구가 밀집된 부·울·경에 또 원전을 짓냐”며 “선택의 문제라면 새 원전은 수도권에 분산해 짓는 것이 공평하지, 부산은 괜찮고 서울은 안 된다는 건 무슨 논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의 김 전 사장이나 이 본부장이나 기자회견 또는 토론과정에서 무심결에 내뱉었던 이 말 속에 원전 문제의 본질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원전 당국이 원전이 안전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수도권에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은 결국 그들도 원전의 안전을 100% 확신하지 못한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결국 원전 입지 문제는 ‘에너지 정의’의 문제이고, ‘지방분권’의 문제인 것이다. 수도권은 기술적으로는 원전 건설이 가능한데 ‘사람이 많아서라니…’. 지역주민 입장에서 보면 ‘서울사람만 사람이란 말인가’ 한숨과 분노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일이다.

다시 신고리5·6호기 건설허가 조건을 수도권에 한번 대비해보자.

첫째, 지진 안전성과 관련한 것이다. 고리 일대는 최대지진평가에 포함되지 않은 활성단층(양산단층대)에서 발생, 길이 140km에 달하는 양산단층 외에 신고리 원전 인근 일광단층 등 대규모 활성단층대가 8개 달하지만, 원전 설계 시 활성단층에 대한 지진 평가가 배제됐고, 특히 바다 속의 활성단층은 제대로 조사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원안위는 활성단층 등의 지질현상은 없다고 확인했다. 엉터리 허가가 난 뒤 석달 뒤인 지난해 9월 12일 역대 계기 지진기록을 넘어선 경주 지진(규모 5.8)이 일어났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수도권에서 계기 관측 이래 최대지진은 2010년 2월 10일 경기도 시흥에서 발생한 규모 3.0 지진이다. 수도권이 지진 안전성과 관련해서 부울경지역보다는 수십배 이상 안전하지 않은가.

둘째, 신고리5·6호기 건설허가 때, 무엇보다 고리일대는 다수호기 위험성이 컸다. 한 장소에 세계 최대인 10기 원전으로 잠재적 총량 위험도도 세계 최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안위는 다수호기 관련 IAEA 안전기준에 따라 적합하게 설계되었다는 입장을 보였고, 신고리3·4호기 건설허가때 신고리5·6호기 때는 고려하겠다는 다수호기 위험성 평가를 무시했다. 미국 기준(TID 14844)에 따라 이격거리가 32km 이상이어야 한다는 입장(주변 인구 380만 명)을 환경단체가 강조했음에도 원안위는 TID는 참고사항일 뿐이라며 원안위의 위치제한구역 기준에 따라 원자로 시설과 인구밀집 지역 간 최소이격거리를 4km(인구 2만5000명 기준)만 두면 된다는 것이다. 수도권을 살펴보면 원전 4km 이내 인구 2만5000명 정도 되는 곳은 찾아보면 적지 않다. 한강물이나 바닷물을 냉각수로 쓸 수도 있다. 그 정도로 안전하다면 수도권에 적어도 25개 원전을 가동할 때 적어도 1,2기는 건설해야 할 것 아닌가.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경제성을 따져도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멀리 경남 밀양에서 300km 이상의 초고압 765kV 송전선을 왜 깔아야 하나. 신고리5·6호기의 적지는 부울경이나 대구경북, 전남광주지역이 아니라 당연히 수도권에서 검토했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수도권에선 신고리5·6호기에서 쟁점이 됐던 다수호기 문제는 원천적으로 없으니까 말이다.

경향신문(2014.5.2)에 따르면 동의대 선거정치연구소와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부설 사회여론센터가 부산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원전안전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산시민 56%가 원전 폐쇄나 전기료 인상 같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1인당 월평균 7727원의 세금을 더 낼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부산일보(2014. 9.30)에 따르면 고리원전의 안전성 강화 및 탈원전 등을 위해 서울 시민들도 원전안전이용부담금으로 1인당 월평균 4556원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부산시민이나 서울시민이나 모두 ‘안전한’ 탈원전을 위해서 상당한 정도의 금액을 부담하겠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런 과정에서 지난 대선을 통해 대부분의 여야 후보들이 신고리5·6호기 건설의 문제점을 인식했고, 그 중 ‘백지화’ 공약을 낸 후보 중 문재인 후보다 당선됐다.

당연히 백지화가 될 것이란 생각을 해온 부울경 지역 주민들은 아쉽지만 문 대통령의 공론화 절차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것이 새로운 민주주의의 한 방식이란 점을 믿고 말이다. 이제 신고리5·6호기백지화 공론화와 관련해 우리 국민들은 수도권과 지방간의 차별에 대한 인식을 해야 한다. 마치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보았듯 우리의 역사에는 신군부의 ‘전라도’에 대한 시각과 같이 아픈 역사가 ‘부울경지역의 핵단지화’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이러한 것은 비단 부울경만이 아니라 현재 원전이 입지해있는 월성, 울진, 영광 모두가 각각 6개의 원전을 갖고 있는 세계 최대의 원전밀집지대 리스트에 올라있다. 모두가 수도권에서 먼 지방이다. 그런데 이 에너지는 절반이 수도권으로 가고 있다. 새정부는 ‘지방분권’ 강조한다. 에너지도 ‘지방분권’을 해야 한다. 더 이상 지방이 무시당하는 정책이 일방적으로 계속돼선 안 된다. 이번 공론화가 이러한 ‘지방차별의 흑역사’를 바로 잡는 계기가 돼야 하는 이유이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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