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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에너지전환 이야기] 8. 원전은 테러나 전시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돼 있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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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에너지전환 이야기] 8. 원전은 테러나 전시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돼 있나?

창아 2017.11.29 22:40

[김해창 교수의 에너지전환 이야기] 8. 원전은 테러나 전시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돼 있나?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9-05 17:25:01
북한이 지난 3일 여섯 번 째 핵실험을 함으로써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긴장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태생으로 보면 핵무기(원자폭탄)와 핵발전소(원자력발전소)는 사실 동전의 양면이자 쌍생아이기도 하다.

그런데 원전은 자연재해는 물론이고 외부공격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원전은 미국이나 옛 소련 등 강대국이 건설할 때 전시 공격을 고려한 시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경우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 1994년 미국이 북한의 영변핵시설 폭격을 검토했다가 가까스로 무산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와 같이 안보가 불안한 나라에서 원전은 자칫 잘못하면 테러나 전시에 큰 화약고가 될 수 있다.

‘원자력시설에 대한 파괴적 행동의 의미(『아소시에(アソシエ)』(2002년 10월호)라는 논문에서 야마자키 히사타카(山崎久隆) 박사는 항공기추락이나 대테러, 핵시설 공격 등으로 인한 원전시설의 피해 가능성을 소개하고 있다. 현재 원전은 항공기 추락을 예상해 설계돼 있지 않지만 원전에 항공기가 추락할 확률이 ’100만분의 1‘이라며 무시할 뿐 정작 의도적인 공격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의도적인 공격 앞에는 어떠한 확률론도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 샌디에이고 국립연구소가 1988년에 실시한 F4팬텀전투기를 원자력시설 콘크리트벽 앞에 별도로 세운 벽을 두고 충돌실험을 한 결과가 있다. 이 전투기는 순항속도가 아니라 활공시 속력이며 또한 여객기가 탑재하고 있는 엔진보다 훨씬 작은 엔진만 적재한데다 탑재연료양은 점보기의 수백분의 1이어서 충격력의 차이가 51배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미국 원자에너지협회는 점보기가 충돌해도 격납용기는 파괴되지 않는다고 발표했으나 원자로격납용기를 관통하지 않은 원전은 신형비등수형경수로로 격납용기가 강화콘크리트로 된 새로운 형태로 기존의 가압수로형이나 비등수로형의 경우는 이보다 훨씬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비행기 날개가 원자로 내부까지 들어가지 않기에 연료화재 가능성이 낮다고 하지만 이것은 너무 낙관적인 견해라는 지적이 있었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히 원자로의 견고함이 아니라 원자로와 인접해 있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경우 원자로와 달리 외부공격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간 나오토 일본 전 총리가 후쿠시마원전사고 이후 탈원전주의자로 돌아선 계기가 당시 사고로 그나마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피해로 확대되지 않은 데 대해 “천운이었다”고 말했듯이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냉각수 상실 문제가 단순히 기술적인 결함 문제보다 외부공격이 가해질 때 현재로는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미국 샌디아고국립연구소의 1988년 F4팬텀전투기의 원자력시설 충돌실험을 소개한『아소시에(アソシエ)』(2002년 10월호).

 

원전에서는 발전소 내에 보관돼 있는 핵시설의 절도나 시설에 대한 방해, 파괴행위를 상정해 예전부터 다양한 방호조지를 강구하고 있다. 가령 감시카메라나 방호펜스를 설치하거나 금속탐지기 등을 통한 반입품 검사, ID카드 등에 의한 체크를 하거나 하고 있고 만일의 경우에는 군·치안당국과 연대해 신속한 조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무장한 공격자가 침입할 경우에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규 출입자격이 있는 사람과 연계가 돼 있다면 이런 것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항공기 이외 주로 트럭폭탄이나 자폭하는 경우 원자로의 내부를 알면 주배관의 파괴나 ECCS(비상노심냉각장치)계통의 기능 마비는 그다지 어렵지 않으며, 내부 협조가 있을 경우엔 노심파괴도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도 이러한 공격에 원전이 극히 취약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이 가장 우려한 것이 원전에 대한 테러였다. 그래서 미 해군특수부대 대원이 모의테러훈련을 실시했는데 원전 침입을 시도한 결과 11개 원전 가운데 7개 원전에서 노심파괴에 이르는 피해를 입었다는 결과를 2001년 12월 미국 핵관리연구소가 발표한 바 있다.

원자력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은 지금까지 핵무기 개발과 관련돼 계속돼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반복해서 원자력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을 하지 않도록 보고서나 결의문을 채택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미국과 같은 ‘특정 국가’는 원자력시설을 군사공격의 제1목표로 삼아왔다는 것이다. 1991년 걸프전에서 미 공군은 제1목표를 원자력시설에 두고, 반복해 폭격을 가해 이라크의 모든 원자력시설의 20%가 전쟁 중에 파괴됐다고 보고되고 있다. 역사상 최초로 원자력시설을 겨눈 공격은 실제 이스라엘이 감행한 이라크 원전 폭격이었다. 1981년 6월 7일 이스라엘공군 소속 F16 전투폭격기 6대가 이라크를 공습해 탄무즈1호 원자로를 폭격해 건설중이던 40만kwh급의 원전을 완전히 파괴한 사실이 있다. 그런데 탄무즈원전과 같은 경수로에서는 핵무기급의 플루토늄을 제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익히 국제사회에 알려진 사실이었다. 걸프전에서는 이라크측이 이스라엘의 원자로에 스커드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다. 이처럼 원전이 군사공격의 대상이 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봐야 한다. 전시 때 극단적으로는 원전이 ‘핵지뢰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원자력 안전전문가가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로 국가안보와 직결돼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한편 후쿠시마사고 이후 일본에선 보수 논객들로부터도 ‘탈원전론’이 나오고 있다. 보수론자들의 탈원전론은 원전이 북한의 미사일이나 테러리스트의 공격목표가 되지 않도록 국토에 원전을 배치하는데 대한 국방 안전보장상의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일본의 극우 만화가인 고바야시 요시노리는 일본의 원전이 테러공격에 대해 매우 취약하다며 외국인 공작원이나 옴진리교 신자가 과거 원전 작업원으로 잡입한 사실이 있다는 것, 바다를 따라 들어선 원전이 외국의 공작선에 의해 해상공격을 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원전을 ‘잠재적 자폭핵무기’로 부르며 원전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또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논의하는 등 일본의 대표적 우익인사인 자민당의 나카가와 쇼이치 전 자민당 정조회장은 “북한이 일본을 공격하려고만 하면 핵무기 등을 사용할 필요도 없다. 원전 어느 한곳을 미사일공격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해 중국 및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일본 동해쪽에 원전이 30여 기가 집중돼 있는 현실에 경종을 울린 적도 있다(山岡淳一郞, 原發と權力, 2011).

북한 영변핵시설. 연합뉴스

5차 핵실험을 한 북한은 우리나라와 같은 상업원전은 현재 단 1기도 없다. 북한은 1956년부터 원자력연구를 해왔으며, 1979년에는 영변핵시설로 알려진 5MW 실험용 원자로의 건설을 개시했다. 1995년 미북합의로 운전이 정지됐지만 2002년에 결렬돼 2003년 2월 운전을 재개, 매년 약 5kg의 플루토늄을 생산해왔으나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2006, 2009년에 핵실험에 사용된 핵무기제조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영변에는 50MW 원형로와 200MW 실용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 위기는 미국에 의한 ‘군사적 카드’로 북핵시설 공격이 거론되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거꾸로 우리나라 원전의 공격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고리5·6호기 건설 백지화 논란이 일고 있는 부산 울산 경남지역은 부산항과 김해국제공항은 물론 울산공업단지, 창원기계단지 등 동남권의 주요 산업의 중심지이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수호기가 밀집해있는 현재의 원전입지 지역의 평상시의 안전대책은 물론 테러나 전시에 대비한 방호대책, 나아가 건설추진 계획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장기적으로 핵무기나 핵발전소를 이 땅에서 물리쳐야 평화가 온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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