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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슈마허 톺아보기 <2>왜 슈마허인가?…슈마허의 사상적 계보(前)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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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슈마허 톺아보기 <2>왜 슈마허인가?…슈마허의 사상적 계보(前)

창아 2017.11.29 23:08

김해창 교수의 슈마허 톺아보기 <2>왜 슈마허인가?…슈마허의 사상적 계보(前)

 

슈마허에 영향을 준 사상가들. 스승인 레오폴드 코어, 마하트마 간디, 이브 발포어, 루이스 멈포드(왼쪽부터). 출처: 위키피디아

 

슈마허가 1973년에 내놓은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 A Study of Economics as if People Mattered)』는 전 세계 지성인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부제가 말해주듯이 ‘인간성 회복을 위한 경제학’으로 경제성장 지상주의에 대한 성찰과 반성의 근거를 제공하며 ‘작은 것’의 가치와 인간 중심의 새로운 경제 대안을 제시하는 시대의 명저가 탄생한 것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는 원래는 슈마허의 스승 레오폴드 코어의 가치철학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이는 ‘큰 것이 더 좋다(Bigger is Better)’, 올림픽정신으로도 알려진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Citius, Altius, Fortius)’와 같은 속도주의, 거대물량주의에 대한 대응 개념이다.

 

레오폴드 코어(1909-1994)는 경제학자, 법률가, 정치학자로 20년간 푸에르토리코대학에서 교수로 있었는데 철학적 아나키스트였다고 한다. 슈마허는 거대주의의 추구는 자기 파괴로 나아가는 것임을 강조했다. ‘인간은 작은 존재이므로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슈마허의 개념도 처음에는 ‘큰 것 속에서 작은 것의 가치(Small within Bigness)’였으나 책 편집 과정에서 제목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 책은 경제학사로 보면 1776년 애덤 스미스의『국부론』이래 200여 년간 대형화와 ‘규모의 경제’를 지향해온 주류경제학의 담론에 대한 전복적 도전으로 평가되는 환경고전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오늘날 생태주의와 환경론을 상징하는 가장 보편적인 구호가 됐다. 녹색연합 가족회원인 우리집에 매달 배달되는 기관지 이름도 ‘작은 것이 아름답다’이다. 줄여서 ‘작아’라고 하는 데 참 인간적이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영국의 저명한 환경운동가인 조너선 포리트(Jonathon Porritt, 1950~)는『작은 것이 아름답다』추천사에서 ‘슈마허는 현대 환경운동사에서 최초의 전일(全一)주의적 사상가(holistic thinker)였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포리트는 또한 슈마허가 ‘굿 워크(good work)’의 기회를 인간에게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역설한 모리스(William Morris)의 통찰력, 유기농법과 토양 비옥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발포어(Eve Balfour)와 더블데이(Henry Doubleday)의 식견, 과학기술과 산업혁명에 관한 멈포드(Lewis Mumford)의 견해, 간디(Gandhi), 크로포트킨(Kroptkin), 토니(Tawney), 갈브레이스(Galbraith) 등의 사상을 자연스레 계승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슈마허는 이러한 생태적 근본주의적 사상가이자 실천가들의 생각을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담았고, 종래의 화폐가치, 시장경제 중심의 경제학과 이를 바탕으로 한 주류사회의 흐름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러한 경제가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라, 거품에 불과한 것이라는 점을 동시대인에게 강력히 경고했다.

 

조너선 포리트가 평가한 내용을 바탕으로 슈마허의 사상적 계보를 한번 따라 가보자. 우선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 1834-1896)는 어떤 사람인가. 모리스는 영국의 공예가이자 시인 그리고 사회주의자이다. 동시대의 예술 비평가 존 러스킨과 마찬가지로 그는 아름다움을 ‘사람이 그의 일에서 얻는 기쁨의 결과’라고 정의했는데 그에게 예술이란 인간이 만든 환경 전체를 포함한 것이었다. 윌리엄 모리스가 강조한 ‘굿 워크’는 슈마허 사후인 1979년에 슈마허의 강연을 정리한 책의 제목『굿 워크(Good Work)』로 되살아났다.

 

이브 발포어(Eve Balfour, 1898-1990)와 헨리 더블데이(Henry Doubleday, 1810-1902)는 영국의 농업학자로 유기농의 선구자들이다. 여성인 발포어는 1943년『The Living Soil(살아있는 토양)』을 출판했는데 1946년 영국토양협회(Soil Association)의 초대회장이었다. 당시 슈마허도 토양협회 회원으로 활동해오다 1970년에 이 협회의 회장이 된다.

 

더블데이는 퀘이커교도 집안으로 왕립원예협회 회원이 됐다. 그의 사후에 헨리더블데이연구협회(HRDA)가 생겼으며, 지금은 ‘가든오거닉(Garden Organic)’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유럽 최대의 유기원예단체로 명성이 높다고 한다. 슈마허는 원예가 취미라고 할 정도로 이에 관심을 보였다.

루이스 멈포드(Lewis Mumford, 1895-1990)는 미국의 건축평론가이자 문명비평가, 역사가, 저널리스트, 교수 등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기술의 역사와 인간개발’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사상은 슈마허뿐만 아니라 허버트 마르쿠제, 머레이 북친, 마셜 맥루한 등의 지성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멈포드는 『기계의 신화 2권: 권력의 펜타곤(Myth of the Machine Vol II: The Pentagon of Power』(1970)에서 ‘특히 거대과학기술(Megatechnics)은 소비자금융, 할부구매, 비기능적이고 결함 있는 디자인, 기획된 노후화, 너무 자주 바뀌는 패션 변화 등의 장치 없이는 지속적이고,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윌리엄 모리스, 표토르 크로포트킨, 헨리 데블데이, 토니. 출처: 위키피디아

 

멈포드는 또 『기술과 문명(Technics and Civilization)』(1934)에서 ‘산업혁명 이전에는 해와 달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하루와 ‘한 달을 인식하던 농부들이 산업혁명 이후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주한 뒤 하늘이 아닌 시계를 보고 분과 초 단위로 움직이기 시작해 표준화된 시간관념을 공유하니 협업도 가능해졌다’며 ‘산업혁명을 이끈 가장 중요한 기계는 증기기관이 아닌 시계’라고 강조했다. 그의 이러한 사상이 슈마허가 거대과학기술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바탕이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 1869-1948)는 잘 아는 바와 같이 금욕과 비폭력(아힘사)을 바탕으로 사회적 계급제도 타파에 나서고 사회악에 저항해온 ‘위대한 영혼’이다. 간디의 사상은 슈마허의『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직접 인용되고 있고, 책 표지에 간디의 모습이 등장할 정도이다.

표트르 크로포트킨( Pyotr Alexeyevich Kropotkin, 1842-1921)은 러시아 출신의 지리학자, 사회학자, 생물학자이자 아나키스트 운동가이다. 그는『상호부조론』(1902, 국내에는 ‘만물은 서로 돕는다’라는 제목으로 2015년 번역 발간)에서 자연의 법칙은 ‘상호부조’라고 강조했다. ‘생존투쟁’에 익숙한 당대는 물론 오늘날 사람들에게도 다른 울림을 준다. 동물 세계에서도 다툴 때보다는 평화로운 시기가 더 많은데 싸우기보다 서로를 돌보는 쪽이 살아남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며 인간 사회도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크로포트킨은 노동을 ‘즐거운 본능적 행동’으로 보고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쓰는 소규모 공동체’를 이루려고 노력했다. ‘사치와 국가라는 악이 사라진다면, 지금 상태로도 우리 모두는 넉넉한 삶을 살수 있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러한 ‘상호부조론’은 슈마허가 자연과 노동을 보는 시각의 바탕이 된다고 볼 수 있겠다.

리처드 헨리 토니(Richard Henry Tawney, 1880-1962)는 영국의 경제사학자, 사회비평가, 윤리사회주의자, 성인교육 주창자로 ‘영국 사회주의의 아이콘’으로 불린다.『평등(Equality)』(1931)은 사회주의 사상의 핵심을 논한 고전으로 루소, 마르크스를 이어받은 그의 평등철학은 이후 미국 철학자 존 롤스로 이어진다.

 

토니는 능력이나 재능의 평등이 아니라 ‘환경·제도·생활방식의 평등’을 강조하고 ‘불평등은 개인적 재능의 불평등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환경의 불평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토니의 사상은 ‘인간은 누구나 동등한 존재로 세상에 태어났으며, 사회를 이뤄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은 모두 예외 없이 평등하다’는 기독교적 유산과 전통에서 뿌리를 두고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 등 공동체 전반의 제도 개선, 재산과 소득의 재분배, 공동체적 공급의 확산, 공익사업 확대 등의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슈마허는『굿 워크』에서 ‘위대한 사상가인 R.H. 토니는 인간이 다른 인간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부릴 수 있도록 조장함으로써 인격을 저해하고 인간관계를 타락시킨 현 사회체제에 대해 노골적인 증오감을 자주 피력했다’며 ‘토니가 말한 체제란 바로 현대산업사회를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존 케네스 갈브레이드(John Kenneth Galbraith, 1908-2006)는 캐나다 출생 미국 경제학자이다. 케인스주의적인 20세기 미국에서 자유주의와 진보주의를 주도한 인물로서 하버드, 프린스턴대 교수를 지냈고 존 F. 케네디 시절에는 인도 대사 등 정부 관리로도 일했다. 특히『풍료한 사회(The Affluent Society)』(1958)를 통해 성장만을 목표로 삼고 생산을 지나치게 강조해온 미국의 틀에 박힌 경제정책을 비난하고, 공익사업에 주력해 유효수요를 증대시킬 것을 요구했다.

갈브레이드의 해법은 높은 세금과 큰 정부, 기업 지배구조의 완화, 정부의 개입, 사회복지 강화라는 전형적인 진보 아젠다를 보였다. 이러한 갈브레이드의 진보주의적 입장이 슈마허의 경제사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갈브레이드는『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rtainty)』(1977)에서는 200여 년의 경제사상사를 살펴보면서 일찍이 지난날에는 사회경제체제의 지도원리에 사람들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 철학이 있었고, 그것이 체계성을 갖고 사람들이 판단을 하는 기준이 됐으나 오늘날에는 그처럼 확신을 갖게 하는 철학이 없어졌다는 데서 ‘불확실성의 시대’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갈브레이드의 견해는 슈마허가 불교경제학에서 메타경제학을 이야기할 때 도움이 되는 틀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한 사람의 사상은 시대의 산물인 동시에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늘 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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