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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에너지전환 이야기] 15.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를 다시 본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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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에너지전환 이야기] 15.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를 다시 본다

창아 2017.11.29 23:10

[김해창 교수의 에너지전환 이야기] 15.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를 다시 본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11-06 11:40:50
신고리5·6호기공론화 결과를 놓고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신고리5·6호기 공사재개, 안전조치 보완, 향후 원전 축소’라는 사회적 합의를 얻었고, 새 정부 또한 ‘탈원전정책’에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고 하겠다. 이제 ‘에너지전환의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전환’의 대표적인 도시가 있다. 바로 독일의 프라이부르크이다. 30여년 간의 프라이부르크의 노력은 세계적인 환경모델도시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에너지전환’에 앞서 ‘마인드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에서 배운다』(이후, 2003)라는 책을 펴낸지 벌써 10여년이 흘렀다. 당시 프라이부르크는 선진사례로 유명했지만 이제 프라이부르크의 사례는 ‘친환경도시’의 최소기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에너지전환’을 시작하는 우리에겐 ‘프라이부르크의 마인드’를 다시금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노면전차가 살아있는 프라이부르크 중심가 도로.
‘독일 연방의 환경수도’ 또는 ‘태양도시(Solar City)’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는 인구 20여만 명의 독일 남부 프라이부르크(Freibrug)는 독일 사람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프라이부르크는 반원전에서 에너지자립 그리고 탈자동차를 위해 노력해온 전형적인 환경도시이다.

프라이부르크 중앙역에서 지역 여행지도를 구하면 그 안에 시내 주요 건물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시설들이 자세히 나와 표시돼 있다. 프라이부르크는 태양에너지를 비롯한 재생가능에너지의 도시이다. 프라이부르크시는 1995년에는 드라이잠축구경기장 남쪽 스탠드 지붕에 ‘시민참여형’으로 대형 태양전지패널을 설치했다. 3년 뒤에는 프라이부르크시에 솔라주식회사(SAG)가 설립됐는데 이는 ‘솔라주식’을 모집해 대규모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해 생산한 전력을 자기가 원하는 전력회사에 파는 것이다. 프라이부르크시내에는 태양을 향해 태양전지패널이 방향을 바꾸는 ‘헬리오트롭’이라고 하는 태양주택이 있으며 교외 뮌찡겐 지역에는 태양광을 이용한 분양주택단지인 ‘솔라가든’이 즐비하다.

 

시내 중심부에서 노면전차로 10분쯤 달리면 생태주거단지인 보봉지구가 나온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지난 1992년까지 연합군의 일원으로 프랑스군이 주둔했던 곳인데 기지 철수를 계기로 지역 주민들이 ‘포럼 보봉’을 결성해 이곳을 생태마을로 바꿨다. 400여 세대가 태양광과 열병합발전을 주 에너지로 삼고, 노면전차와 같은 대중교통을 끌어들였으며, 빗물을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세계적인 생태마을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프라이부르크 중앙역 인근 자전거전용 주차장 ‘모빌레’ 입구에 선 필자.
이 같은 노력으로 프라이부르크는 종래 60%였던 원전의존율을 30% 수준으로 낮췄고, 도시 전력의 50%를 열병합발전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2009년 현재 시 전체 고용인력의 3%에 가까운 1만 여명이 태양광 및 환경에너지산업과 연관된 1500개의 크고 작은 일터에서 5백만 유로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한다. 프라이부르크는 연중 1800 일조시간 그리고 ㎡당 1,117kW의 일조량으로 독일에서 가장 햇볕이 많은 도시 중 하나로 지역에너지자원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도시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연간 평균 일조량은 1,400~1,600kWh/㎡로 ‘태양의 도시 프라이부르크’보다 훨씬 좋다는 것이다(한겨레, 2013.11.27).

이러한 프라이부르크의 태양광에너지 보급은 이산화탄소 감축을 통한 지구온난화 대응에서도 앞선 도시로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프라이부르크는 1996년에 이산화탄소를 2010년까지 25% 줄이기로 결의했다. 더욱이 2007년 여름 녹색당 프라이부르크지부장 출신인 디터 잘로몬 시장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40% 감축’이란 더 높은 목표를 내세워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의 교통정책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1982년에서 1996년 사이 시내에서의 교통량 증가 중 자전거가 차지하는 비율이 15%에서 28%로, 대중교통수단의 비율은 11%에서 18%로 증가한 반면, 자동차를 이용한 거리의 비율은 38%에서 30%로 감소했다. 독일의 다른 대도시들과 비교해 볼 때 프라이부르크의 자가용 소유 비율은 인구 1000명당 423대로 독일에서 가장 낮은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프라이부르크가 이처럼 환경수도, 태양도시로 유명해지게 된 것은 원전반대운동에서 비롯됐다. 1970년대 초 제1차 오일쇼크 이후 프라이부르크 인근 숲과 포도밭이 어우러진 비일지역에 독일의 20번 째 원자력발전소 건설계획이 추진되자 시민들의 반대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다. 지역 농민과 프라이부르크대학생의 시위가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격렬했다. 그런데 이 도시가 오늘날 태양도시가 된 것은 반대 구호를 넘어서 생활에서 ‘에너지절약운동’을 철저히 전개했기에 가능했던 점이 여느 도시와는 다르다. 즉 원전 건설반대와 더불어 에너지낭비와 쓰레기 투기, 자동차에 의존하는 대량소비생활에 대한 철저한 반성에서 시와 시민들이 하나가 되어 에너지절약 환경실천에 나섰던 것이다.

이러한 것이 반영돼 1972년 프라이부르크시 교통국은 ‘제1차 자전거교통망 플랜’을 수립해 자전거도로를 설치했고, 시 전철을 유지 확대키로 결정했다. 1973년에는 옛 시 중심가에 승용차 진입 규제가 이뤄졌고, 1979년에는 환경친화적인 ‘제2차 종합교통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이런 과정에서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프라이부르크시 의회는 만장일치로 ‘비일원전 건립 반대’를 결정해 ‘탈원전’을 선언했다. 이와 동시에 당시 롤프 뵈메 시장은 태양광에너지를 바탕으로 한 에너지절약정책, 교통정책, 쓰레기대책 등 환경문제 전반에 대해 종합대책을 수립해 시민과 함께 ‘솔라시티(Solar City)’ 만들기를 적극 추진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프라이부르크시에는 ICLEI(국제환경지자체협의회) 유럽사무국, 프라운호프연구소 등 현재 60여개의 국내외 환경관련 단체 및 연구기관이 자리 잡게 됐다.

프라이부르크의 에너지자립 정책을 보면 크게 3가지이다. 첫째는 에너지절감정책으로 기존의 에너지절약 방식을 실천하는 것이다. 시는 1996년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태양광패널공장 솔라팩토리.
부터 에너지절약형 인버터식 형광램프를 개발해 각 가정에 무상으로 나눠줬다. 둘째는 기존의 에너지를 새로운 형태로 이용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으로 시는 천연가스를 이용한 지역발전을 하고, 1992년부터 공공건물 등에 저에너지 건축만을 허가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셋째는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가능에너지의 이용을 활성화하는 것인데 FEW(프라이부르크 에너지수도공사)는 교외 란트바서지구 쓰레기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이용해 열병합발전을 하고 있다.

지난 1972년 선진국의 대부분이 고속도로 건설에 익숙해져 있던 시기에 프라이부르크가 자동차억제정책을 도입했다는 점은 놀랍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시 전차 노선의 확충, 시내버스의 노선 정비, 자전거도로망의 확충, 보행자지대의 설치, 주택가 최고시속 30km 제한, 중심지 자동차노선의 축소 및 진입제한, 주차요금의 인상, 주택지구 주차우선권제도 등 실질적인 교통정책을 수립했다. 그 결과 1979~89년 10년간 프라이부르크 시내의 승용차대수는 6만2000여대에서 7만8000여 대로 늘어났음에도 사용대수의 변화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프라이부르크시는 1989년부터 시내 모든 주택가에 대해 자동차 속도를 시속 30km로 제한하고 있다. 인구 20여만의 프라이부르크시내에서 교통사고로 인명사고가 나서는 안 된다는 시민의식을 반영해 시의회가 조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주택가에 배기가스나 소음이 줄어들고, 교통사고가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대신 자전거전용도로를 150km나 정비했다. 프라이부르크에는 레기오카르테(지역환경정
   
태양광을 기반으로 에너지자립을 이루고 있는 보봉 생태마을.
기권)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승용차대신 전철 버스 등 대중교통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값싸고 편리하게 요금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또한 ‘파크 앤 라이드(Park& Ride)’ 시스템이라는 것을 구축했다. 이는 프라이부르크 근교 전차의 시외 역 인근에 넓은 무료 주차장을 조성해 놓고 시외에서 시내로 통근 혹은 쇼핑하러 오는 사람들이 이 역세권 주차장에 차를 두고 전차로 갈아타고 시내에 들어오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의 시민들에게 배울 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첫째, 대량소비 생활의 반성에서 출발해 그것이 실천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프라이부르크의 시민다움이 이러한 친환경정책을 가능하게 했고 1980년대부터 시작된 독일의 철저한 환경교육이 이러한 시민과 공무원을 길러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는 점이다. 에너지 전문가를 포함해 지역 환경 NGO가 시에 대안을 적극 제시했다. 셋째, 환경 지자체 단체장의 선택 및 행정과의 파트너십 형성을 들 수 있다.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에는 환경시장의 ‘태양도시 만들기’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옛 소련의 체르노빌원전 사고 이후 프라이부르크 시의회가 신속히 ‘원전 포기’를 결정한 일도 높이 살만하다. 이처럼 지방자치의회나 단체장이 주민의 요구를 정확히 읽어내고 신속한 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끝으로, 프라이부르크는 홍보성 행정이 아니라 실천을 유도하는 행정을 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캠페인성 홍보보다는 시청 공무원들이 먼저 실천했고,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에 편리하게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센티브’나 ‘메리트’를 제도화했다. 도심에 차를 갖고 다니는 게 오히려 불편하게 만드는 ‘역발상’의 행정이 주효했던 것이다. 태양도시 프라이부르크에는 녹색시민이 있었던 것이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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