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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에너지전환 이야기] 17. ‘화석연료 제로 도전’ 스웨덴 벡쇼를 다시 본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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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에너지전환 이야기] 17. ‘화석연료 제로 도전’ 스웨덴 벡쇼를 다시 본다

창아 2017.11.29 23:28

[김해창 교수의 에너지전환 이야기] 17. ‘화석연료 제로 도전’ 스웨덴 벡쇼를 다시 본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11-20 13:15:58
인구 10만 명이 못되는 스웨덴 남부의 작은 도시 ‘벡쇼’는 과감한 도전으로 유명해졌다. 벡쇼는 1996년에 오는 2030년까지 환경오염의 주범인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겠다는 선언을 했던 것이다. 당시 스웨덴의 7개 정당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은 유럽의 환경선진도시조차 놀라게 했다. 유럽에선 벡쇼를 ‘화석연료 제로도시(fossil fuel free) 벡쇼’라고 부른다. 이런 면에서 벡쇼는 화석연료에 대한 강력하고 결정적인 조치를 취한 세계 최초의 지자체라고 할 것이다.

벡쇼라는 말은 길을 의미하는 ‘벡’과 호수를 의미하는 ‘쇼’에서 나왔는데 이를 합치면 얼어붙은 ‘벡쇼호수 위로 난 길’이란 뜻으로 겨울철 농부가 나중에 도시가 된 시장으로 가는 길목에 있었다는 데서 이 도시의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화석연료 제로도시’ 벡쇼의 상징 산비크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소. 출처=벡쇼시 홈페이지

 

당시에 ‘화석연료 제로’ 선언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이 지역의 대기오염문제와 도시 인근 호수의 부영양화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벡쇼는 ‘화석연료 제로’의 실천을 위해 각 가정에서 나온 유기폐기물을 버스나 자동차의 동력이 되는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데 재활용하고, 건물 난방은 석유대신 폐나무조각을 목재칩으로 재사용하고 있다. 그 중 벡쇼에너지의 상징적인 곳이 산비크(Sanvik)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소이다. 이러한 바이오매스발전이 도시의 주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으면서 화석연료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벡쇼시는 민간기업, 학계와 연계해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목조건물을 짓도록 독려하고, 환경경영시스템을 도입해 시 예산을 심의하듯 이산화탄소 감축량을 평가해왔다고 한다.

‘화석연료 제로’를 선언한 지 20년이 넘은 벡쇼는 그동안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반 정도 줄이는 성과를 보였다. 저탄소 개발 컴팩트 도시 개발을 위해 지난 20년 동안 벡쇼시는 화석 CO2 배출을 47 % 줄이는데 성공했다. 에너지의 절반을 바이오매스, 태양광, 태양열과 같은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해왔기 때문이다.

   

벡쇼 시내 건물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시설. 출처=벡쇼시 홈페이지

 

벡쇼시는 2014년 9월에 열린 유엔기후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대응에 대한 세계도시의 역할을 담은 내용의 ‘시장협약(Compact of mayors)’에 맨 처음으로 서명함으로써 환경선진도시의 책임의식도 분명히 했다. 2015년 3월 보 프랑크 벡쇼시장은 스웨덴 정부 및 유럽 지방정부에 화석연료 제로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해 ‘저탄소시대’를 이끄는 세계적인 리더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근래 벡쇼는 ‘유럽 최고의 녹색도시(The greenest city in Europe)’라는 칭호를 받고 있다. 벡쇼시의 홈페이지도 ‘유럽 최고의 녹색도시 벡쇼’로 소개하고 있다. 벡쇼는 온실가스 배출을 지난 1993년을 기준으로 2011년까지 약 41%를 줄였고, 2015년까지는 무려 55%를 감축했다. 2014년말 벡쇼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4t으로 줄었다. 유럽연합의 1인당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7.3t이라는 사실에 비하며 무려 3분의 1 이하로 적게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평균 1인당 배출량 11.9t(2012년 기준)에 비하면 약 5분의 1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낮다. 이는 유럽 6612개 지자체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한다.

벡쇼가 이런 칭송을 받는데는 단순한 ‘선언’을 넘어 철저한 ‘실천’이 있었고, 그것이 실적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벡쇼시는 엄격한 계획과 모든 CO2 배출량을 면밀히 측정함으로써 ‘화석연료 제로’ 목표를 착실히 이뤄가고 있다. ‘화석연료 제도도시 벡쇼의 약속’은 다음과 같다.

‘난방, 에너지 및 운송 부문의 1인당 CO2 배출량을 2010년까지 최소 50%, 1993년 대비 2025년까지 70% 이상을 줄인다. 1993년 대비 2015년까지 전기에너지 사용량을 20% 이상 줄인다. 자전거 교통 이용률은 2004년 대비 2015년까지 20% 이상 늘린다. 지역 대중교통 이용률 역시 2015년까지 20% 이상 늘린다. 긴급 공급용 외에 지방자치단체의 석유 사용을 2010년까지 중단한다. 1999년에 비해 2015년까지 시립 사업 운송 및 서비스의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CO2 배출량을 최소한 30% 줄인다.’

벡쇼는 이러한 선언 내용을 현재 초과달성하고 있다. 난방, 전기 및 운송부문에서 CO2 배출 및 에너지 절감을 모니터링했고, 시민과 함께 개선이 필요한 경우, 정책을 수정보완해왔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2015.11.29)는 프랑스 파리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에서 벡쇼가 화석연료 절감의 ‘모범사례’로 발표될 예정이라면서 다른 나라들에도 큰 자극을 주는 케이스라고 소개했다. 벡쇼시는 이미 2003년부터 도시경영에 ‘환경예산(eco budget)’이라는 환경경영시스템을 도입해, 매년 시 예산의 돈 씀씀이를 따지듯 CO2를 얼마나 줄였는지를 조목조목 따져 왔다.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는 벡쇼 시내버스. 출처=벡쇼시 홈페이지
벡쇼의 이런 성과는 거의 전 분야에서 재생가능에너지를 썼기에 가능했는데 특히 난방에 있어 개별난방대신 지역난방정책을 쓴 것이 주효했다고 한다. 지역난방 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열과 온수는 400㎞의 지하 파이프를 통해 각 가정에 보내지는데 발전소 연료의 90%가 숲이나 생활주변에서 버려지는 나무라는 것이다. 이러한 바이오매스발전은 고유가에 힘입었고,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보조금 지원을 통해 벡쇼시의 가정이 난방시스템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2006년 현재 난방의 88%가 재생가능에너지원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심지어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도 바이오매스로만 운행되고 있다고 한다.

   
나무 재를 숲에 거름으로 되돌려주는 벡쇼의 재활용시스템. 출처=벡쇼시 홈페이지
가장 줄이기 힘든 게 자가용이나 수송용 차량의 화석연료 사용인데 벡쇼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2.4t 중 2t이 여기에서 발생했는데 벡쇼시는 전기차를 적극 도입해 또 한번 화석연료 사용을 크게 줄일 계획이라고 한다. 이미 택시는 전기차로 운행되고 있고, 충전용 전기는 바이오매스로 돌린 발전소에서 생산된 것이어서 100% 자연산 연료만 쓰고 있는데도 말이다.

시의 다음 과제는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운송시스템을 갖춘 화석연료 제로도시를 만드는 데 있다고 한다. 이제는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 및 자전거 사용 확대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난방과 교통에 있어서 에너지효율화를 높이는 ‘스마트화’ 또한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벡쇼의 노력에 힘입어 멀지 않아 스웨덴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경제에 기반한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고 한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ICLEI)’가 SNS로 소개한 벡쇼사례

 

벡쇼시는 여기에다 공공기관 건물은 100% 나무로 짓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열손실이 최소화되도록 하는 공법을 통해 한겨울에도 추가적 난방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가축사육이나 유통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고자 공공기관 식당에는 ‘고기 없는 월요일’을 도입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러한 벡쇼의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벡쇼는 어릴 적부터 재활용 및 자연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교육에 철저하다고 한다. 결국 공교육을 통한 시민의식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시민들 스스로가 ‘녹색도시의 녹색시민’으로 살아가는 자부감으로 ‘화석연료 제로’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전환을 외치기 전에 교육을 통한 ‘마인드전환’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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